출산, 시대와 불화하다

틈새 메꾸기 2

두 번째는 ‘근치 치료’이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걸려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고열과 인후통 때문에 몹시 고생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 증상들 때문에 우리는 해열제나 진통소염제를 복용한다. 이 약들이 열과 통증 같은 증상을 완화시켜 줄 것이다. 그런데, 해열제나 진통제가 감염의 실제 원인인 ‘코로나 바이러스’를 근본적으로 치료하지는 않는다. 이런 접근을 ‘대증 치료’라고 부른다. 증상에 대해서 작동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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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 메꾸기

인류는 개인에게 보장된 권리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역사의 진일보를 이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 모든 개인성, 자율성, 독자성에는 재생산의 근본적 성질과 얼마간 충돌하는 지점이 있다. 짝을 맺고 2세를 낳는 일에는 상호 간 양보가 필연적이고, 철저히 논리적인 방식을 따르지도 않는다. 육체적 부담을 반반씩 나눌 수도 없고, 원하는 대로 통제하고 예측하는 것은 들어맞지도 않는다. 임신을 하면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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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세계의 침투

뿌리는 땅 속에 있다 보니 우리 시야에 좀처럼 들어오지 않는다. 게다가 햇빛을 추구하는 것이 나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중요한 건 균형의 문제이다. 햇빛 세계의 영향력은 너무나 강력해져서, 뿌리 세계의 영역마저 침범하고 있다. 하지만 뿌리가 햇살에 노출된다면 얼마 못 가 타버릴 뿐이다. 반대로 잎새가 흙 속에 파묻힌다면 조만간 썩어 없어질 것이다. 뿌리에게는 뿌리의 자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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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는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언어, 두발걷기, 도구 사용, 고지능이 가장 먼저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은 아기 시절이 터무니없이 무력하다는 것이다. 신생아는 먹는 것, 싸는 것, 자는 것도 일일이 돌봐줘야 한다. 게다가 성장도 느려서, 다 키워서 독립시키려면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하다. 한 마디로 양육자가 ‘투자’를 엄청나게 많이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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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

최초의 경구피임약은 1960년대 미국에서 개발되었다. 그 이전에도 나름의 피임법이 있기는 했지만, 적어도 여성의 입장에서 임신을 결정할 권한은 극히 적었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의 여인들이 가족 계획에 대해서 아무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문화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뾰족한 수가 없었을 뿐이다. 만약 자기 뜻대로 결정할 선택권과 방법이 있었다면? 마다했을 리가 없다. 본디 인간은 자율에 대한 욕구가 강하고, 미래를 조망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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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

삶을 우연에 맡기는 것이 좋을까, 인과와 규칙을 따르는 것이 나을까? 일단 나 같은 도시 임금 생활자에게는 질서가 필요하다. 출근하는 지하철은 제시간에 도착해야 한다. 월급은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액수가 입금되어야 한다. 짧은 휴가는 차질 없이 계획대로 진행되어야 하고, 전세 만기 날짜도 예정대로 되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이 제멋대로라고 생각해 보자. 지옥이 따로 없을 것이다.) 만약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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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인간을 살펴보면, 다른 모든 동물처럼 생존과 번식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그중에서도 본인과 자식의 ‘진화적 적합도’를 높이는 것은 최우선 과제이다. 적합도란 잘 생존하고 잘 번식할 확률로 이해해도 된다. 쉬운 말로 ‘생물학적으로 잘 나가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의식적으로 ‘후훗, 끝없이 번식해서 나의 유전자를 후대로 퍼트려야지!’라고 결심하면서 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적합도 경쟁이란 큰 틀에서 인간의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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