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출간, 육아 이야기

12 독립 – 책의 운명에 대한 생각

하나의 인간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현재까지 가장 과학적인 답변은 DNA이다. DNA에 담긴 유전자가 당신을 ‘코딩’한다. 다만 개발자는 따로 없다. 전적으로 엄마 쪽, 아빠 쪽 유전자의 반반 랜덤 박스이다. 나도, 당신도 수정되는 순간에 하나의 인간을 정의하는 코드는 전부 결정되었다. 책으로 치면 원고와 교정 교열이 완결되어 모든 활자가 인쇄되고 종이 뭉치가 정갈히 제본된, 한 권의 책이 출간된 것이다. […]

12 독립 – 책의 운명에 대한 생각 더 읽기"

11 육아 – 뱃속에 있을 때가 좋았지

“뱃속에 있을 때가 좋을 때다”는 말은 첫 임신을 했을 때 그리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자궁 안에 있는 아기는 무조건 내가 데려가는 곳으로 간다. (태어난 아기는 안아주거나 도구를 써서 옮겨야 하고, 그마저도 말을 안 들을 때가 많다.) 뱉어내지 않고 내가 먹는 것을 나눠 먹는다. (태어난 아기는 게울 때도, 거부할 때도 있고 많다.)

11 육아 – 뱃속에 있을 때가 좋았지 더 읽기"

10 출산 – 책이란 언제 태어나는 것일까?

사람이 태어나는 시점은 여러 가지 뜻을 담고 있다. ‘그 시점’이 탄생을 축하할 타이밍이기도 하거니와, 별자리나 사주팔자와 같은 세속적 의미를 부여하기에도 적당하다. 병원에서는 태아가 모체로부터 완전히 빠져나온 시점을 분 단위로 기록하여 아기의 출생신고에 반영한다. (일부만 빼꼼 보이는 것은 아직 출생이 아니다.) 그러니 출생신고서에 기재되어 있는 ‘출생일시’는 아기 몸뚱이가 엄마의 산도를 통과해서 산부인과 의사의 손에 안착한 시점이다. 한편, 아기의 몸이

10 출산 – 책이란 언제 태어나는 것일까? 더 읽기"

09 마무리 – 모두의 힘을 빌려줘

육아에 조력이 필요하다는 것에 이제는 많은 이가 동의한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격언이 약간은 진부할 지경이다. 그런데 아기를 낳는 일에도 수많은 조연들의 노력이 있다. 직접 아이를 품고 낳는 엄마의 역할이 절대적이긴 하겠으나, 그 과정이 원활하도록 돕는 이들의 역할도 결코 작지 않다. 나 같은 산부인과 의사가 바로 그런 일을 한다. 애는 기다리기만 하면

09 마무리 – 모두의 힘을 빌려줘 더 읽기"

08 보상 – 책 쓰기가 가져온 뜻밖의 이득

임신을 하면 신체에 각종 변화가 일어난다. 일반적으로는 이 ‘신체 변화’가 그리 달갑지 않다. 이를테면 나는 배에 튼살이 생기고 가슴은 처졌으며 머리털이 잔뜩 빠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하기는 했지만, 요실금과 관절 통증도 고생스러웠다. 그런데 아기를 낳으며 생기는 또 다른 차원의 신체 변화도 적지 않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아기를 낳으면 (어떤 면에서는) 건강해진다. 애를 낳은 사람은 암에 덜 걸린다.

08 보상 – 책 쓰기가 가져온 뜻밖의 이득 더 읽기"

07 편집 – 내 원고의 가지치기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는 영원하지 않다. 이들은 죽음을 맞는데, 스스로 소멸을 택하기도 한다. 이를 세포사멸(apoptosis) 또는 programmed cell death라고 부른다. 세포가 공격을 받거나, 손상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죽어버리는 것과는 다르다. 용어에서 드러나는 것과 같이, 자발적이며 계획적으로 신체 구성을 편집하는 과정에 가깝다.  태아 시기에는 이 세포 사멸이 특히 중요하다. 특정 부분을 덜어내는 방식으로 우리는 몸의 구조를 더욱 정교하고 완성도 높게 만들 수 있다.

07 편집 – 내 원고의 가지치기 더 읽기"

06 성장 – 원고야, 무럭무럭 자라나라

이제 아기는 배아기를 넘어와 태아기에 안착했다. 말인즉슨, 기본적인 설계와 구조 계획을 마치고 무럭무럭 성장할 단계가 된 것이다. 변화는 다양하고, 폭발적이다. 눈, 손 같은 섬세한 구조물도 생겨나기 시작하고, 성별도 분화한다. 내부 장기들도 형성되어 하나씩 기능하기 시작한다. 뼈가 쑥쑥 자라나어 튼튼해지며, 신경계도 차츰 발달하여 기본적인 반사(reflex) 작용을 시작한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제 태아의 움직임을 산모가 감지할 수

06 성장 – 원고야, 무럭무럭 자라나라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