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의 배신』






2024 / 1/ 15
편집자가 뽑은 『출산의 배신』 속 문장들

사실 남성들이 임신과 출산, 양육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결혼 이후인 듯합니다. 그마저도 상당히 제한적이긴 합니다. 임신이나 출산은 직접적으로 한 사람의 몸과 관련된 일이라 한계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특정한 어느 한 성(性)의 문제로만 남겨둬서는 안 될 것입니다. 재생산(임신과 출산, 양육의 전 과정을 일컫는 표현)의 영역은 인류 초창기부터 어느 한 성에게만 맡겨진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책에서도 이야기하듯 인류가 (두발로 걷고, 똑똑한 두뇌를 가진)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재생산의 과정을 혁신적으로 바꾸며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언론사 서평
산부인과 의사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인 오지의의 ‘출산의 배신’(에이도스)은 출산과 양육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 얼마나 큰 괴리가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책이다.
“배신”이라는 단어 때문에 출산의 부정적 측면만 부각된 책이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통해’ 출산과 양육의 숭고함을 보여주는 책이다.
문화일보, 수월한 출산, 순조로운 육아는 가능한가
저자는 책의 부제이기도 한 ‘신화와 비극을 넘어서’려면 임신, 출산에 대한 과장이나 폄하 없는 온전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출산 인프라의 확충은 물론 재생산 과제를 어머니 또는 어느 한 성의 몫으로 남기지 않아야 한다고도 역설한다. ‘저출생 시대’ 가장 필요한 책이다.
저자는 출산과 양육이 “숭고한 모성의 완성도, 몸과 마음을 희생하는 비극도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가 심각한 요즘 출산에 대한 신화와 편견에서 벗어나야 젊은층이 출산을 꺼리는 원인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개인의 경험에서 비롯된 진솔한 이야기는 저출산 정책 보고서 이상의 해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생물학적 친모는 여전히 아기에게 최선의 옵션이지만, 인류 재생산 연대기라는 장편영화는 엄마의 ‘원맨쇼’가 아니다”라는 지적은 남성들도 곱씹을 만한 내용이 아닐까.
책을 소개한 기사에 달린 댓글을 우연히 보았다. 책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 저자의 생각에 공감하는 댓글도 많았지만 ‘엄살 부리지 마라’, ‘요즘 엄마들은 조금만 힘들어도 징징거린다.’, ‘애 키우는 것에 비하면 출산과정은 애교.’ ‘이렇게 출산의 공포를 조장하는 책들이 출산율 저하의 원인이다.’등의 반응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반응들이야 말로 이 책이 좀 더 읽혀야 할 이유, 출산 당사자들 뿐만 아니라 재생산의 조력자가 되어야 하는 우리들이 함께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아닐지 생각해 본다.
건강책방 일일호일, 인간의 출산은 왜 이렇게 힘겨운가? 산부인과 의사의 출산 탐구서
임산부로서 겪은 이야기는 공감을 자아내고, 산부인과 의사로서 들려주는 설명은 냉철하고 정확하다. 요즘 유행하는 ‘MBTI’에 빗대자면 T(사고형)와 F(공감형)가 반반 섞인 책이랄까. 공감을 이끌어내는 개인적 경험과 근본을 짚는 의학적 지식이 좋은 합을 이루면서 임신과 출산이라는 그림을 조망한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배란과 수정, 착상이라는 그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쳐 엄마 뱃속에서 10개월 자라 온 힘을 다해 산도를 통과한 한 아이였던 나와 너, 우리 모두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출간 후일담
제 둘째는 활자로 태어났습니다.
첫째 아이는 분명히 배 아파서 낳았는데, 둘째 아이는 첫째가 잠자는 틈틈이 눈과 손, 굳어가는 머리를 분주히 써서 탄생시켰다. 아들은 2년 전에 태어났고, 책은 올해 나왔으니 그 순서만 따져서 둘째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첫째가 없는 둘째가 있던가? 첫째가 있어야만, 둘째를 낳을 수 있다. ‘출산의 배신’은 그런 의미에서도 엄연히 둘째다. 내가 아기를 낳지 않았으면, 재생산에 대한 나의 경험과 느낌을 표현할 수 없었다면 태어날 수 없는 책이었다. (뭐, 내 책을 내 둘째라고 우긴다 한들 나라에서 주는 다자녀 혜택은 받을 수 없겠지만.)

출간의 변!
괜히 책 써서 욕 먹는 중입니다.
아주 평범한 동네 산부인과 의사인 내가 쓴 글이 기어코 책이 되고, 나도 출간 작가(!)가 된다는 설레임은 잠시뿐이었다. 제목에 ‘출산’이 들어가서 가장 핫한 소재인 출산율을 연상시키기 때문인지, 혹은 ‘배신’이 들어가서 마치 도발적인 문제작처럼 보여서인지… 신문사에 신간 서평이 나고 조금씩 반응이 달리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신기한 초보 글쓴이는 자연스레 댓글에도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의견은 내 책 때문에 출산율이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일갈이었다. (“이딴 책 내서 나라 망하게 만들 일 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