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짠순이도 돈 쓸 땐 씁니다

이전 글을 읽으셨다면 제가 얼마나 짠순이인지 느껴지실 겁니다. 이왕 만드는 홈페이지, 고성능과 화려한 유료 도구를 쓰는 것에 아끼지 않는 분도 계시겠지요. 어쨌든 저는 최대한 아껴서 시작했습니다. 기능의 손해는 어느 정도 있을지언정, 웹호스팅도 대단히 소박한 수준으로 구매했습니다. 무료 툴인 설치형 워드프레스로 제작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무료 테마(아스트라)를 썼습니다. 유료 플러그인은 하나도 쓰지 않았습니다. 기존 브런치 글을 옮겨와야 하는 파이썬 코딩 작업엔 무료 AI(claude 무료 버전)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한 이유는, 해당 항목에서는 저비용이나 무료를 선택해도 저의 목표에 부합하기에는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제 콘텐츠는 대부분 글입니다. 그리고 텍스트는 용량을 가장 적게 차지하는 매체지요. 무명작가의 홈페이지는 조회수도 낮아서 고성능 서버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 밖에도 여러 무료 도구들이 제가 목표하고자 하는 바를 구현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무료 AI의 코딩 성능이 현격히 떨어졌다면 유료 버전을 구매했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지금 필요한 수준에서는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그런 저조차도! 이 부분에는 아무 망설임 없이 돈을 썼습니다.


첫 번째는 도메인입니다. brunch.co.kr 같은 웹 주소지요. 앞서서, 웹호스팅은 큰 고민 없이 저렴한 요금제로 시작해도 무방하다고 말한 이유는 변경이 자유롭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도메인은 아닙니다. 선점한 사람이 소유합니다. 깃발 꽂은 사람이 임자지요. 바로 이 주소를 통해서 방문객이 접속할 것이기 때문에 도메인은 가장 중요한 간판이며, 웹사이트의 얼굴입니다. 도메인 주소를 기반으로 네트워크의 디지털 자산이 축적될 것입니다. 그러니 행여나 도메인을 차후에 변경하는 일이 없도록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대다수 사람이 인터넷에서 소유했다고 느끼는 유일한 것은 자신의 웹사이트이며, 그조차도 도메인 네임을 소유하고 있을 때다. 나는 도메인을 소유하고 있으므로 내 웹사이트를 소유한다. 내가 법의 테두리 안에 머무르는 한, 누구도 내게서 내 웹사이트를 빼앗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크리스 딕슨, 《읽고 쓰고 소유하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도메인 주소를 정하면 될까요? 여러분이 개인 콘텐츠 제작자라면, 이름을 바로 도메인에 적용하는 것이 적당하겠지요. 개인이 곧 브랜드니까요. 저는 오지의라는 필명을 쓰고 있기 때문에 단순하게 ojiui(오지의)로 정했습니다. 그 뒤에는 도메인 확장자가 붙습니다. 닷컴(.com), 닷넷(.net)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도메인 구매 업체에서 살펴보시면, 확장자에 따라 가격이 다릅니다. 예시로 brunch-writer라는 도메인을 검색해 보자면 아래와 같군요.



보시다시피 닷컴 도메인, 닷넷 도메인은 비쌉니다. 업체마다 가격이 좀 다를 수는 있지만 대체로 연간 2만 원대입니다. 반면 brunch-writer.shop 또는 brunch-writer.store 같은 비주류 도메인을 고르면 어떨까요? 호오… 연간 500원이니… 가격 차이가 너무하네요. 어쩌지요? 짠순이라서 싼 도메인 확장자에 솔깃했을까요? 안됩니다. 무조건 가장 공신력 높은 도메인을 고르세요. 만약 내가 원하는 도메인 주소가 아무도 깃발을 꽂지 않은 무주공산이라면, 옳다쿠나 하고 닷컴 도메인(차선책으로 닷넷 도메인)을 구매하면 됩니다. 남들도 다 같은 이유로 닷컴을 선호해서, 빈 땅이 가장 적거든요. 닷컴 주소가 가장 보편적이면서 신뢰도가 높기 때문에 가격 차이에 연연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순하고 짧은 단어로 된 닷컴 도메인 주소는, 그 자체만으로도 꽤나 전문적이고 본격적인 느낌을 줍니다. 첫인상이 주는 강렬한 장점을 포기할 이유가 없습니다. 검색 엔진도 공신력 있는 도메인을 선호합니다.


여러분이라면 둘 중에 어떤 주소에 접속하고 싶습니까?어떤 도메인 네임이 창작자 본인을 대표할 수 있을까요?

1. brunch-writers.store/writer/ojiui
2. ojiui.com


돈을 들일 만한 또 다른 항목은 제대로 된 이미지입니다. 웹사이트를 글만으로 채울 수는 없어요. 작가 사진이라든지, 책 표지와 같은 다양한 이미지가 필요합니다. 이 이미지의 퀄리티가 홈페이지의 신뢰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다른 부분에는 아껴도, 여기에는 저도 돈과 정성을 꽤 투자했습니다. 제 작업물을 효과적으로 소개하기 위해서 잡지 표지와 포럼 포스터 등을 편집해서 통일감 있는 새로운 이미지 세트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발행한 브런치북 표지 이미지들도 새롭게 만들었어요. 간단한 작업이긴 해도 이미지 툴이 필요했는데요, 평소에 잘 쓰시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겠습니다. 저는 각종 디자인 소스가 풍부하고 사용법이 간단한 Canva 유료 버전을 썼습니다. (그런데 이게 또 첫 한 달은 무료라서… 그 와중에 아끼려고 한 달 안에 만들었습니다! ) 물론 Canva가 아니어도 이미지 툴은 많습니다. 생성형 AI도 이미지를 만들어 줄 수 있지요. 다만 제작 가능한 이미지 품질을 높이는 방법이 유료 프로그램 또는 유료 이미지 소스라면, 저는 그것을 선택하는 편입니다. 시각적으로 자명한 부분은 신경 쓴 만큼 바로바로 티가 나니까요.



마지막으로 개인을 강조하는 홈페이지에는 이왕이면 본인의 사진이 들어가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캐주얼한 셀카나 저품질 일러스트 말고, 스튜디오에서 찍은 제대로 된 사진이요. 이렇게 ‘얼굴을 밝히는 인물’이라는 점과 사진의 수준은 두말할 것 없이 신뢰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칩니다. 인간의 시각 체계는 원래 다른 인간의 얼굴을 인식하게끔 되어 있어요. 그래서 시야에 사람이 등장하는 순간 주목도가 높아집니다. 게다가 얼굴을 알게 되는 순간 창작자와 소비자 간에 모종의 연결 관계가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AI와 봇이 써낸 글이 판치는 인터넷 세계에서, 생생한 실물 사진은 화자의 실체성과 진정성에 분명히 긍정적인 작용을 합니다.


얼굴 공개는 사실 꽤나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얼굴은커녕 이름도 밝히고 싶지 않은 작가님들이 많을 걸요? 저만 해도 철저한 익명성을 원해서 필명으로만 활동합니다. 특정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에, 수련 병원이나 근무처, 발표 논문과 같은 의사로서의 핵심 정보는 꽁꽁 숨겨둡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장점을 무시할 수도 없었습니다. 대중을 대면하여 강연과 발표도 병행하는 만큼, 마냥 정체를 감추는 것도 그리 적절하지 않아 보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과학 커뮤니케이터 활동을 위해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촬영해 준 프로필 사진을 쏠쏠히 활용했구요. 작가 활동용 프로필 사진도 찍어서 게시했습니다. 지금까지 오백 원, 천 원 단위로 아껴온 것에 비하면 당연히 큰돈이 들지만, 투자할 만한 항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이름은 비공개인데 얼굴은 공개인 것이 모순적이지 않냐고요? 지금보다 젊고 날씬할 때! 풀메이크업 하고! 조명 아래에서! 전문 사진가가 찍어준! 그런 사진을 보고 지금의 저를 알아보실 리가 없으니… 공개도 공개가 아니랍니다. 여러분은 제 프로필 사진을 보고 저를 찾아낼 수 없습니다. (이래서야 가상 인간 아닐까요?) 저는 여전히 익명성의 그늘 아래에서 편안히 활동하고 있답니다. 다음 글부터는 실전 웹페이지 만들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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