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런 콘텐츠 제작자라면, 홈페이지 만드세요.

저는 웬만한 개인 콘텐츠 제작자라면, 그 양식에 상관없이 콘텐츠를 잘 차려 담을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을 추천합니다. 기업형 플랫폼에 비해 범용성이 월등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현시점에서 가장 성공한 개인 크리에이터들은 플랫폼을 타고 득세한 것도 엄연히 사실입니다. 홈페이지는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부수적인 요소입니다. 그렇다면 시간과 품을 들여야 하는 웹사이트 구축이 특별히 강점을 가질 만한 계열의 콘텐츠가 따로 있을까요?


물론 있지요! 특히 브런치에서 활동하는 작가님(아마도 이 글을 읽고 계실 독자님)이 거기에 해당될 확률이 높습니다.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개인’입니다. 브런치에는 본업이 따로 있는 작가가 쓰는 직업 세계의 이야기, 혹은 사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감성 에세이가 자주 보입니다. 일단 저만 해도 산부인과 의사라는 본업이 따로 있는 사람이고요. 과학 작가라는 일종의 부캐를 내세워 브런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개인사를 다루는 에세이도 브런치의 큰 지분을 차지하지요. 이런 이야기들이 갖는 매력의 원천은 타인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신선한 기회라는 점일 거예요.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그 이야기를 풀어놓는 화자, 즉 개인입니다.


개인이 중심이 되는 콘텐츠는 결국 개인을 잘 표현해야 합니다. 인간의 고유한 서사와 감성에 콘텐츠 소비자를 몰입시키려면 플랫폼 그 자체보다 콘텐츠의 원천인 나 자신을 강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웹사이트는 개인의 다면적 모습을 기업형 플랫폼보다 더 잘 표현해 줍니다. 게다가 시리즈물처럼 일정한 흐름을 갖는 콘텐츠를 일관되게 노출시키기에 훨씬 유리합니다.


인스타그램 프로필. 공식적으로는 직업을 하나밖에 못 고릅니다…


두 번째 이유는 텍스트 자체와 시대적 특성입니다. 영상과 숏폼이 대세가 된 시대에도 텍스트 콘텐츠가 아직 멸종하지는 않았습니다. 텍스트는 검색에 압도적으로 용이하고, 그래서 검색 키워드를 사냥하여 조회수 – 더 나아가 수익을 창출하려는 이들이 없어지지 않은 덕이겠지요. 그래서일까요? 최근 인터넷 텍스트의 질이 심각하게 떨어진 것을 다들 느끼고 계실 겁니다. 수익형 블로그 글의 상당 부분은 AI가 작성하니까요. 검색창에 아무 키워드나 넣어보세요. 이를테면 ‘연말정산 꿀팁’이나 ‘XX동 파스타 맛집’처럼요. 반은 식당 광고, 반은 AI가 작성한 밋밋한 글입니다. 이런 저질 정보의 바다에서 제대로 된 글을 찾느라 고생해 보신 기억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물론 AI는 아주 똑똑합니다. AI가 정리해 주는 정보가 요긴할 때도 많아요. 하지만 그런 양산형 글에 뭐랄까, 향기라고는 없습니다. 진짜 동네 파스타 맛집을 하나 찾고 싶으면 눈에 불을 켜고 수많은 협찬을 걸러내야 하고, 진짜 직장인이 실제 연말정산을 하다가 발견한 꿀팁을 알아내고 싶으면 수많은 자동화 블로그의 뻔하고 매력 없는 포스팅을 걸러내야 합니다. 하지만 브런치에 업로드되는 글은 다릅니다. 피와 살로 된 인간이 세상을 누비면서 갖춘 경험과 감각이 전면에 드러납니다. 물론 이것은 아주 귀한 가치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성 검색 엔진 생태계에서 큰 경쟁력은 없습니다. 자동화 블로그처럼 수많은 글을 공장처럼 간편하게 찍어낼 수도 없지요.


자, 이제 답은 나왔습니다. 개인의 세계를 담은 진정성 있는 텍스트 콘텐츠에는, 그에 어울리는 그릇이 필요합니다.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에 제약이 많은 기업형 플랫폼이나, 키워드 검색 엔진 기반의 생태계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엇. 여러분. 이쯤 되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양질의 텍스트에 특화된 플랫폼, 그게 바로 브런치 아니냐고요? 바로 그런 플랫폼 찾아서 브런치로 왔는데, 왜 또 홈페이지까지 만들라는 잔소리를 하냐고요?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다음 글에서 브런치, 그 이상이 필요한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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