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포탈에서 흔히 보이는 건강 기사의 전형적인 포맷이다.이런 기사는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헤드라인에 ‘이것’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이것’이 궁금하다면눌러볼 수밖에 없는데,막상 읽어보면 상당수의 건강 정보가 그리 건강하지 않게 느껴진다. 개중에는 마늘이 몸에 좋다는 상식적인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실제로 마늘은 흔한 식재료이고, 열심히 챙겨 먹는다고 해서 나쁠 것도 없다. 하지만 만약 조금만 다른 재료라면 어떨까? 이를테면, 투명드래곤의 비늘이 암에 특효약이라는 건강 기사가 있다고 하자. (암과 싸워주는 ‘이 성분’, 반드시 챙겨라!) 당연히 그 진위에 대해서는 물론이거니와, 기사를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해봄직하다.
“투명 드래곤 비늘이 암에 얼마나 좋은데? 진짜 항암제보다도 효과 있는 거야?”
“흠… 요즘 그거 구하기 쉽지 않을 텐데. 투명 드래곤 비늘이, 드래곤 슬레이어가 될 만한 가치가 있을 만큼 좋은지 궁금하군.”
특히나 의학에 관련된 주제에서라면, 양적 관계를 기술하지 않는 정보는 막연하고 아리송하다. 단순히 ‘몸에 좋다’, ‘몸에 나쁘다’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불필요한 걱정이나 피로감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때때로 공해에 가깝다. 그것은 마치,
이런 명제와 비슷하다. 거짓은 아니겠으나, 그렇다고 해서 가치 있는 정보를 담고 있다고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저 문장에서 <서울>이 있는 자리에 런던, 파리나 뉴욕을 넣어도 같은 결론이 나온다. 만약 위의 명제를 가치 있는 정보로 바꾸려면, 이렇게 바꾸어 써야만 할 것이다.
어떤가? 유익함과 해로움은, 정도의 차이를 기술하지 않을 때에 무의미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모유 수유가 분유 수유보다 산모와 아기에게 이롭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산모가 개인의 상황을 무시하고 아기를 위해 ‘완모(완전 모유수유)맘’이 되어야만 할까? 질식 분만은 제왕절개술에 비해 장점이 있으나, 전치태반이 있는 산모라면 제왕절개 수술의 도움 없이는 아기 낳다가 죽을 수 있다. 참고로 나는 질식 분만을 했고 출산 후 5개월간은 모유수유를 했다. (병원 근무를 하며 점심시간마다 모유 유축을 했을 정도니, 꽤나 열성적인 수유부였다.) 그러니 이들의 장점을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고, 단지 개별적 상황과 이득의 크기를 가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임신과 출산은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정상적인 과정의 일종이기도 하기에, 병이 없고 건강하다면 대개 선택의 가짓수가 있다. 물론 의학적으로 특수한 상황이라면 당연히 의사의 조언대로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나름의 고민을 하게 된다. 모유를 먹일까, 분유를 줄까? 모유를 먹인다면 언제까지 줄까? 분만 방식은 어떻게 할까? 질식 분만을 한다면, 무통주사를 맞을까? 맞지 말까? 게다가 이렇게 보편적인 주제에 대해서라면 주변에서 가족, 친구, 지인들이 한 마디씩 보태기도 참으로 쉽다. 쉬워도 너무 쉬운 게 문제다. 참고로 요즘은 이런 참견을 삼가는 것이 대세가 되었다. 정말 반드시 꼭 기필코 해야만 한다면 출처를 밝힌 논문을 인용하자.
결정은 본인이 해야 한다. 그러니임산부본인의 상황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더해서 조금이라도 더 유익한 선택지를 고르고 싶다면, 득실의 무게추를 가지고 합리적으로 비교하는 것이 낫다. 좋다 나쁘다는 충분하지 않다. 어느 정도로 유익 또는 해로운가? 그에 따른 비용은 어느 정도인가? ‘남쪽으로 가면 남극이 나온다’는 정보만 가지고 무작정 발걸음을 뗄 수는 없다. 몇 날 며칠이 걸릴지, 현실적으로 가능하기는 한 것인지 모르는 채로 남극까지 걸어가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얼마나이다.
얼마나에 대한 가늠을 하려면, 충분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 그것도 파편적 사실을 넘어, 양질의 정보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건강한’ 건강 이야기이고, 득실에 대해 균형 잡힌 무게추를 갖출 수 있게 도와주는 유익한 정보이다. 이를테면 분만 방법과 수유에 있어서도 다양한 경우와 전체적 맥락을 고려한다면,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해볼 수도 있다.
보통 모유의 장점으로 경제성을 꼽지만, 결제해야 젖이 나오는 게 아니라는 이유로 완전히 무료라고 간주할 수도 없다. 실제로 모유 수유부는 식단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며, 나처럼 유선염에 자주 걸린다면 치료와 유방 관리에 비용이 추가적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분유값보다 마사지 값을 더 많이 썼습니다…) 젖 먹이는 일에 들어가는 노력과 수고로움도 비용의 일종이니, 무조건 ‘공짜’라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한편, 분유를 단순히 좋거나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어떤 분유는 희귀병을 앓는 아기들에게는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대사질환이 있는 아기들에게는 소화할 수 있도록 제작된 특수 분유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분유 수유가 어떤 아기에게 치명적일 수도 있다. 분유 수유에는 깨끗한 식수와 젖병, 세척제처럼 각종 보조 도구가 필요하다. 이런 것들의 수급이 어려운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분유는 아기들에게 각종 질병은 물론 심지어 사망까지도 야기했다.
질식 분만과 제왕절개술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겠으나, 의사 입장에서 제왕절개 수술은 아무래도 배를 열어젖히는 개복수술이다. 그래서 합병증 가능성과 산모의 사망 가능성이 질식분만에 비하여 높기 때문에 의학적 사유가 없다면 일부러 권고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현대에는 제왕절개술의 수술 방법이나 수술 후 관리가 매우 발달하였기 때문에, 산모가 원해서 제왕절개술을 시행한다고 한들 사망이나 합병증의 위협이 그리 크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위험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미미해진 것이다. 이렇듯 시대와 지역의 편차도 추의 무게를 더하거나 덜어내기도 한다. 하물며 개개인의 상황은 더욱더 다양할 것이다.
과학적 사고의 실용성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합당한 비교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러니 직접 선택을 내려야 하는 주제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를 하는 것은, 득실에 대한 쓸만한 저울을 갖추는 것이다. 법률을 수호하는 정의의 여신은 눈을 가리고 저울을 들어 올린다. 상대가 누구인지를 가리지 않고, 편견 없이 공명정대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개인이 위험과 안전, 손실과 이득에 대한 균형감각을 갖추는 일은 반드시 두 눈을 크게 뜨고, 바르게 살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