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 ‘자가’ 없으세요?

안녕하세요. 출산과 의학을 테마로 글을 써오던 산부인과 의사 겸 과학 커뮤니케이터 오지의입니다. 갑자기 IT 카테고리(엥?)의 연재(엥???)를 시작합니다. 이 생뚱맞은 드리프트를 선보이는 사연에 대해서 설명을 먼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요즘 제 또래 3040 사회인들에게 부동산만큼 핫한 주제는 없습니다. 일단 사람이 자기 몸 누일 곳은 필요하지요. 필수재이면서 동시에 투자 수단이기도 하니, 정책이나 동향에 뭇사람들의 눈과 귀가 쏠릴 수밖에요. 저만 해도 친구들이 모여 근황 전할 때, 남편과 미래 계획을 상의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집 문제예요. 오늘날 한국에서 부동산의 중요도와 가치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론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온라인 세계에서 유무형의 가치를 축적하는 콘텐츠 제작자들이, 네트워크에 세워진 ‘부동산’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놀랍습니다. 여기 브런치에서 양질의 글을 업로드하는 수많은 작가님들, 웹툰이나 만화 같은 콘텐츠를 만드는 분들, 강연과 지식 생산으로 활동하는 분들, 그 밖에 유튜브를 비롯해 온갖 매체를 활용하는 크리에이터 분들… 그중에 콘텐츠 제작자로서 독립된 ‘홈페이지’를 가진 분은 소수에 불과해요. 절대다수가 인스타그램, 유튜브, 블로그 서비스 같은 기업화된 플랫폼을 이용합니다. 물론 모든 이들이 이 악물고 소셜 미디어 세계에 뛰어드는 것은 지극히 타당합니다. 대형 플랫폼은 장점이 엄청나지요. 다만 저는 개인의 웹사이트야말로 확실한 ‘자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오프라인 세계에서 내 집 마련에 쏟아붓는 노력의 아주, 아주 작은 조각만큼이라도, 온라인상의 내 집 마련에 정성을 들일 만한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 시리즈는 첫째로 그 이유를 공들여 설명하고 작가님들을 설득하고자 합니다. (이 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독자 중 아무도 홈페이지 안 만드시면… 네, 저의 실패입니다.) 둘째로 동등한 초보의 입장에서 최대한 이론적 배경 없이, 순수 꼼수 온몸 비틀기로 웹사이트를 만드는 나름의 팁을 공유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주 간단한 버전부터 대강 그럴듯한 버전까지 순차적으로 ‘글 쓰는 사람에 특화된 홈페이지’를 제시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제 사이트를 실시간으로 직접 만들고 있으니, 중도에 포기하거나 목표 달성에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어떻게 끝날지 궁금하네요.


일단 출발하는 시점에서 기분은 아주 좋습니다! 이렇게 대놓고 제 분야가 아닌 것을 건드리는 것은 처음이거든요. 그래서 마음은 참으로 편합니다. 임신-출산-육아, 얼마나 예민하고 첨예한 주제인가요. 또는 과학과 의학, 제 면허가 걸린 생업인데 발언 하나라도 틀리면 안 되지요. 그렇게 자기 검열을 반복해야 하는 주제에서 잠시 일탈을 감행한 것만으로도 어깨춤이 절로 나오네요. 저는 애기 키우는 아줌마, 병든 노산모, 코딩 포기자입니다. 산부인과 의사라는 직업도 IT와 완전히 무관하니 문외한임은 당연합니다. 저는 이 시리즈를 쓰면서 논문 검색도, 문헌 참조도 안 할 겁니다. 아니, 못 해요. 시도하고, 실패하고, 나름의 경험을 공유할 뿐이지요. 당연히 오류가 있을 것이며 제 방법은 십중팔구 정답 근처에도 못 갈 것입니다. 그래도 읽는 분들께서 제가 하는 말을 알아서 다 걸러 들어주실 테니 (뭐야 이 아줌마, 자기도 잘 모르면서 아무 말이나 하네??)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고수가 카리스마 뽐내며 지름길로 인도하는 것도 멋지지만, 풋내기끼리 어깨 걸고 휘청대며 나아가는 게 재미는 더 있습니다. 저의 미완성인 홈페이지도 그런 이유로 용감하게 공개합니다. 엉성하고 만드는 중인 웹사이트가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실시간으로 보여드릴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혼자만 하려니 별로 재미가 없습니다. 더 많은 작가님들이 도전하여 크고 작은 성공을, 때로는 치열한 고민과 실패를 누려보시길 바랍니다. 혹시 더 많은 이들이 개인의 온라인 공간을 확보하면, 창작자들의 커뮤니티를 이룰 수 있을지 누가 알까요. 또한 IT 종사자 분들의 질타와 지적을 환영합니다.


https://oji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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