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그렇다면 최적의 타이밍은? 바로 지금!

몇 년만 시간을 되돌린다면, 저는 이 글을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시점에서는 ‘작가님들, 개인 웹사이트를 만드세요!’라고 설득할 자신이 없었어요. 앞서 설명하였듯 홈페이지는 기업형 플랫폼에 비해 완전한 콘텐츠 주권이라는, 비교 불가능한 특장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면받았던 이유는, 높은 진입 장벽이 분명히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몇 년 전 과학 커뮤니케이터 활동을 시작했을 때부터, 제 글과 콘텐츠를 종합하기 위한 작은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여러 실용적인 이유가 있었지요. 당시 코로나 시국에 학생 대상 원격 줌(zoom) 과학 강연을 활발히 하고 있어서 온라인 강의실 링크와 내용을 안내할 웹페이지가 필요했습니다. 물론 글을 꾸준히 모으고 어카이빙 하는 것도, 과학 커뮤니케이터이자 강연자로서 저의 소개를 하는 목적도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저는 웹디자인과 간단한 코딩 공부에 약간의 취미는 있었습니다. 10대 시절 취미 삼아 운영한 펜페이지가 여럿 있었구요. 아무 때고 비공개 일기를 쓰는 용도의 작은 워드프레스 블로그도 가지고 있었어요. 첫째 임신했을 때는 태교 삼아(?) 파이썬 맛보기도 해봤습니다. 이런 경험을 종합하면 간단한 개인 웹사이트는 좀 품을 들이면 만들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저에게는 그 과정이 즐거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자면 그 시점이 약 4년 전 기준이네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쉽거나 간단한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이제는 이런 작업을 하는 아마추어들이 너무 적다 보니, 관련 정보도 프로 수준에 맞춰져 있습니다. 제가 드림위버라든지… 플래시라든지… 그런 고대의 툴을 이용해서 아무 웹페이지나 마구 만들어내던 2000년대에는, 제로보드 기반의 소규모 웹사이트를 만드는 아마추어들이 많았어요. 그러니 그 수요층의 규모에서 나오는 ‘아마추어 맞춤형 정보’도 많았지요. 초보여도 물어볼 곳이 많았고, 초짜가 뭔가를 하려고 하는 것이 이상하지도 않았습니다.


2020년대는 다른 시대였습니다. 초급 개발자들이 뭔가 이러쿵저러쿵 만들어내려는 시도 자체는 말라버렸습니다. 이제 코딩이나 웹사이트 구축을 한다는 것은, 전문가 혹은 준전문가라는 뜻이 되었습니다. 개발 수준은 과거와 비교도 되지 않게 높아졌고, 당연히 아마추어에게는 진입 장벽이 단단해졌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기술적인 면에서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로 파이썬에 입문해 보았습니다. 그 경험 자체는 유익하고 현재도 분명히 도움이 됩니다만, 당연히 그 정도 ‘깔짝’으로는 유의미한 웹서비스를 개발해 낼 수 없습니다. 기껏해야 아마추어인 제가 시간을 투자하고 애를 쓴다고 해서, 제 홈페이지에 브런치 수준의 안정성, 가독성과 에디팅 기술을 장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반면 플랫폼은 기술적 제반이 모두 마련되어 있습니다. 브런치에 글을 쓸 때 우리는 트래픽이나, 검색 최적화나, 디스플레이 유형에 따른 레이아웃이나, 서버 성능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별도의 웹 호스팅을 구매하지 않아도, 고난도 웹사이트를 구축하지 않아도 우리는 ‘글쓰기’ 버튼을 누르고 그저 글만 쓰면 됩니다. 콘텐츠 제작자는 마음 편하게 자신의 콘텐츠에 집중할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을 제공받습니다. 다른 모든 일은 플랫폼이 알아서 해줍니다.


콘텐츠 제작자로서의 성공에는,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무조건 일 순위입니다. 사실 개인 홈페이지건 대형 플랫폼이건 간에, 콘텐츠의 질이 압도적으로 중요한 것은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굳이 신경 쓸 것도 공부할 것도 많은 홈페이지를 붙들고 끙끙대는 것보다는 양질의 글을 써내는 것에 1분이라도 더 투자하는 것이 훨씬 타당합니다. 예를 들어 워드프레스 블로그 같은 경우는 쉽다고 알려져 있긴 합니다만, 완전히 ‘내 마음대로’ 제어하는 것에는 꽤나 공부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거든요. 저는 애초에 취미이기 때문에 이 과정에 재미를 느낀 것뿐이지, 다른 이들마저 그러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시간과 노력이 가장 귀한 자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개인 웹사이트 만들기는 괜한 삽질이 되기 십상입니다.


그런데 대략 작년 즈음부터는, 상황이 완전히 변했다는 것을 체감합니다. 웹사이트 제작의 진입 장벽을 AI가 획기적으로 낮춰 주었습니다. 과거와 비교해 보면, 사실상 허들이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AI가 각 단계에서 필요한 모든 기술적 난점을 친절히 맞춤 상담 해주고, 해결 방법을 제안해 줍니다. 수백 번 물어봐도 짜증도 안 냅니다! 설치, 세팅, 디자인과 콘텐츠 관리를 처리해 주고, 발생하는 사소한 문제들을 직접 들여다보며 해결책을 제시해 줍니다. 필요하다면 코딩도 얼마든지 해줍니다. (심지어 잘합니다.) 커뮤니티 게시판에 질문글을 올리고, 능력 있는 누군가가 나타나서 도와주길 하염없이 기다리던 시절을 생각해 보면 천지가 개벽할 노릇입니다.


Untitled design (1).png 브런치 글을 웹사이트로 복사하는 파이썬 코딩, claude가 뚝딱 해줍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오히려 질문할 때입니다. 기술적 어려움이 없어졌는데도, 홈페이지를 만들지 않을 이유가 있는지요. AI는 매일같이 발전하고 있으니, 장담컨대 이 쉬운 일이 앞으로는 더 쉬워질 것입니다. 바로 지금이 콘텐츠 독립을 실현할 작가님의 최적 타이밍입니다. 디지털 자가 주택을 건설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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